[Movie]블랙 스완 by 은빛오렌지

읽은 책 서너권의 리뷰를 귀찮다고 넘어가는 와중에, 이 영화는 그 귀찮음을 무릎쓰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나탈리 포트만이 선택했기 때문에 기다렸던 영화- 그녀의 선택은 항상 옳았다.
그리고 이번엔 좋은 작품에,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짧게 요약하면
"백조의 호수를 완벽하게 연기하고자 하는 발레리나의 광기" 정도이겠지만-
(혹자는 그랬다지.. '그거 미친년이 발레하는 영화야' -_-)
저 한 줄의 줄거리를 2시간동안 정신없이 몰입하도록 만들고, 소름이 돋게 만들 수 있는 연출과 연기는 아마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1. 나탈리 포트만
그녀의 이미지는 항상 당돌하고 강한 젊은 여성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착하고 순수한 백조의 이미지.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녀는 그런 여리여리한 발레리나의 모습을 초반에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리고 "백조의 호수"에서 발레리나가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하고자 하는 욕망이 점점 그녀의 본능을 자극하고, 질투를 느끼고, 스스로의 백조를 "깨고" 나오는 그 심정의 변화를 관객인 내가 너무도 잘 따라가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마지막에 그녀가 흑조로 깨어나 연기를 마친 후, 그녀가 파괴한 것이 질투의 대상이었던 릴리가 아닌 그녀 스스로였음을 깨달았던 그 순간- 그녀 스스로 백조와 흑조 그 자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 희열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의 표정에서 아주 엷게 비쳐나오는 미소에서 그 희열을 엿볼 수 있었다. 도대체 그런 표정은 어떻게하면 지을 수 있는건지..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아마 이 영화가 아름답고 멋지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이 순간의 그녀의 표정과 마지막 엔딩에서의 대사 때문이리라.
"I felt perfect. I was perfect"

2. 환타지- 연출의 힘
영화의 곳곳에는 니나(나탈리 포트만)의 망상과 현실이 섞여 있다. 그녀는 완벽한 백조의 이미지에서, 흑조의 이미지를 얻기 위한 광기에 사로잡히며 이 광기가 망상으로 나타나게된다. 릴리에게서 그녀 자신의 얼굴을 자꾸 보게 되는 것은 릴리에게서 흑조의 모습을 발견하고 릴리가 되고 싶었던 질투에서 나온 망상이었을 것이며, 마지막에 단장과 릴리가 부둥켜안고 있는 장면 역시 지금 생각하기에는 그녀 스스로가 꾸며낸 망상이 아니었을까.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공포를 절대 좋아하진 않지만 백조가 느꼈던 질투와 숨겨져 있던 본능을 깨는 과정에 필요했던 장면들이었기에 크게 거부감없이 다가왔다. 아마 전체적인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절대' 즐기면서 볼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의 장치 하나하나를 백조가 흑조가 되어가는 과정의 단계라고 본다면 자꾸 영화의 다음 장면이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기대의 대미를 장식했던 것은 흑조가 되는 바로 그 순간

'날개 돋네'
로 요약될 수 있는 이 장면은 말이 필요없으니 그냥 보면 된다.

3. 음악, 그리고 편집
어느 영화나 그렇겠지만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음악에 의해 장악된다. 스산한 분위기의 음악을 틀면 당연히 그런 분위기가 나고, 즐거운 분위기를 틀어놓으면 당연히 즐거운 분위기를 선사할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단순히 틀어놓는것 이외에 절묘한 편집을 통해 음악의 강약과 영화 장면장면의 강약을 아주 잘 맞춰놓았다. 아- 이 센스쟁이들. 도대체 영화 곳곳에 신경을 안 쓴 곳이 없다.


영화 한 편으로 인해 꽉 찬 주말 -
이런 멋진 영화를 단순히 공포물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너무 아까우니
추천
무조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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